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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생활. 그 속을 파고들어 오는 것. 힘. 지키기위한 것. 힘. 깨지지 않기 위한 것. ------------------------------ 아아.. 오알의 내용을 소설로 각색(?)한 겁니다 ( __)... 중간에 보면 오알 내용이랑 다른 부분이 좀 있을텐데, 그런건 그냥 넘어가주세요. 와하하하하하핫. 게다가 제가 글 쓰는 능력도 없어서 니드의 오알에 반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지만 양해를 ( '') 『정말- 언제까지 자고 있을꺼야? 아침이라구!』 .......... ──옆에서.. 누군가의 잔소리가 들려오지만 왠지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부시시 눈을 뜨고 앞을 쳐다보자── 조금 불만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련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 아침이구나. 『하아.. 지금 몇시야?』 『응─ 7시』 곧바로 련이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이련. 벌써 3개월째, 외지에서 올라온 나를 보살펴 주고 있는 귀여운 아가씨... 이긴 하지만, 잔소리가 너무 심한게 흠이라면 흠일까. 지금 내가 이렇게 신세지고 있는 이모님의 딸이기도 하다. 『..근데 오빠도 정말 심하다. 매일 이 시간에 일어나면서도 자기 혼자 일어나는게 안돼?』 『아...아하핫─』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련이의 한마디에 멋적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련이는 적절한 타이밍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잠잠해지는데, 이건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알아낸 최고의 성과이다. 덕분에 조금은 잔소리에서 벗어났다고나 할까? 역시나 잠잠해진채 조용히 내 손을 올려다보는 련이. 뭐── 그렇다곤 해도 슬슬 갈때가 됐지. 『아침준비는 끝났으니까 또 졸지말고 빨리 나와』 몸을 휙 돌리고는 방문을 빠져나가는 련이의 등을 보고 웃으면서 감사의 말을 건냈다. 『아아- 응. 땡큐』 자아─, 그럼 이제 슬슬 씻어야지. 7시..라면 샤워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겠구나. 『읏-차』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세련된 모습의 욕실 안에 들어서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곤,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을 틀었다. 아니, 틀려고 했지만- 『......련아- 물, 안 나오는데』 물이 나오질 않았다. 왠지 옷까지 차곡차곡 개어놓은 내가 바보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아, 맞다. 오늘 1시까지 물이 안나온다고 했으니까, 옆에 받아놓은거 써─』 이봐요, 아가씨. 그런건 일찍 좀 말해주라고. 그제서야 눈을 돌려본 욕조에는 물이 한가득 차있었다. 그런데 이거─ 아무래도. 『....차갑다』 역시나 이렇게 받아둔 물이 따뜻할 리가 없지..... 『하아─ 뭐.. 그럼 샤워는 됐고, 머리나 감을까』 중학교때는 두발규정이 제법 강력했지만, 성진시의 학교는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을 들어 열───심히 머릴 길렀다. 그래서 지금은 어깨에 까지 이르는 머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머리를 감는데 좀 불편한 것 빼고는 다 맘에 든다. .....날 여자로 본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조금 시간이 걸려서 머리를 다 감고, 세면까지 끝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래서 싫다니까』 빨리 나가서 옷이나 갈아입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대강 속옷과 바지만 챙겨입고 문을 열었다. 『에? 그냥 그 물로 씻었어?』 나가자마자 날 보고 그렇게 말하는 련이. ............ 『........그럼?』 따뜻한 물이 있었습니다. 라고 하면 때려줄꺼야 련아. 『...아아, 3개월에 걸친 주입식 교육도 오빠에겐 소용 없구나. 욕조 옆쪽에 온난버튼이 있다니까 그러네』 .........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쉬는 련이를 따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랬던가.. 『춥겠다, 이리와봐』 련이는 내 손을 잡고는 이모 방으로 질질질 끌고가선 자리에 털썩 앉히곤, 내 뒤쪽으로 돌아가 드라이기로 내 머리칼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아아──, 따뜻하다. 같이 산지 3개월 밖에 안됬지만, 이제 련이가 없으면 불편해서 재대로 못 살 것 같다. 이렇게나 여기저기 신경을 잘 써주니─. 『오빠도 머리 많이 자랐네?』 응? 뭐 그렇지─, 조금 자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너처럼 길러볼까?』 라면서 우스개소리를 건넸다. 『그러면 모두 다 여자취급 할껄?』 『으으으음─ 역시 그렇겠지? 지금만해도 충분히 그런 취급 당하는데... 역시나 다시 잘라버리는게 나을까』 『흐음...』 내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체 단순한 신음만 내뱉던 련이가, 내 머리를 다 말린건지 드라이기를 옆으로 살짝 치웠다. 『자, 됐다』 『아─ 땡큐』 머리를 만져보자 부들부들하게 잘 마른 머리칼의 산뜻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이런거라면 드라이도 할 만한걸지도. 『좋은걸?』 약간의 감탄을 담아 그런 말을 내뱉었으나, 련이는 그런 날 보면서 『좋은 줄 알면, 여자애 혼자 있는 집안에서 윗통 다니지 마시래요. 베~』 혀를 빼꼼 내밀었다. 『아아아~ 이 정도면 가벼운거지 뭘 그러세요~』 게다가 이 정도로 꿈쩍할 아가씨도 아니지 않나요~? 라는 말은 쏙 빼놓고 방으로 돌아가 교복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비싸기는 무지 비싼 이 교복은 2학년때부턴 사복을 입어도 상관 없다는 방안덕택에 1년만 입고 버리게 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져 있다. 『비싸기만 비싼 옷이라니까』 그런 혼자의 중얼거림을 뒤로 하고 식탁으로 가 자리에 앉았다. 언제나 느끼지만. 아침은 뜨거운 것 투성이다. 『아아- 오늘도 뜨거운 것 투성인가, 밥 만큼은 식은밥이였으면 좋겠지만 여기 무리?』 『안─ 돼』 응, 역시 당연한가. 왜 다들 아침에는 뜨거운 밥인거지. 차가운 밥의 묘미를 모르다니. 눈물을 머금으며 온통 뜨거운 것들을 불어가며 먹고 있는데 갑자기 련이가 말을 꺼냈다. 『오빠도, 밥 좀 많이 먹고 조금 쪄야 여자취급 안당할거아냐?』 그렇다고 살이 너무 많이 찌는건 싫지만... 『먹어도 안 찌는건 어쩔 수 없는거야』 그리곤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말 체질때문인가 난 아무리 먹어도 그게 도무지 살로 가질 않는다. 여자애들이라면 무지 부러워할 체질이겠지만, 나로서는 조금은 쪄줬으면 좋겠는데. 『저번에 본 오빠친구는 키도 이만~큼이고 몸도 건장하던데』 ...명진이 얘기인가? 그 녀석의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은(?) 근육을 보고 있자면 '저건 절대로 약먹고 만든거야!' 란 생각이 절로 든다. 난 그만큼 되고 싶지 않다고──. 『약 먹고 키운거니까 괜찮아』 『아, 그래? 그럼 오빠도 약 먹으면 조금은 찔까?』 사양하겠네요. 『──사양할께.』 그리고 여기서 넌지시 한마디를 건네면 좀 더 시간을 끌 수 있다. 『게다가 살찌는 건 별로 맘에 안들어. 지금보다 좀 더 빼볼까?』 『거기서 더 빠지면 집에서 쫓아낼꺼야』 예상대로 련이의 강력한 반발이 들어왔고, 식사는 잠시 중단됐다. 『그래그래』 입가에 걸린 조그마한 미소를 속으로 숨기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리자, 련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슬며시 쳐다보더니 그 조그마한 입으로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자, 더이상은 식기를 바라는 꾀는 필요없으니까 어서 먹어.』 ───뜨끔. 『하 하 핫』 저절로 튀어나오는 이 어색한 웃음은 나로선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얼굴에 빤히 써있네. '나 뺀.질.이'』 ......더 이상 끌면 위험해 위험. 여기서 끊자. 『...그럼 잘 먹을께』 ***** 『으응─ 잘먹었다』 ..나는 이렇게 밥을 많이 주고, 자기는 정말 깨알같이 먹어놓고 그런 말이 나와, 련아? 『련이 너도 좀 많이 먹고 쪄야지?』 설마 다이어트 중이라는건 아니겠지요, 아가씨. 그 몸으로 다이어트 하면 다른 아가씨들에게 실례에요. 『하지만 요즘은 다이어트 중인걸』 ...... 정말 다이어트네. 안되겠군. 『아─ 좋아. 그럼 나도 같이』 『쫒겨나고 싶어?』 이런이런, 다이어트 한다고 쫓겨나면 너도 같이 쫓겨나야지. 『같이 나갈까? 아하핫』 하지만, 련이는 내 말을 싹 무시하고 식탁을 정리한뒤 옆에 놓아둔 가방을 들어올렸다. 『늦을 것 같아? 오늘은 선도부 서야 되는데』 『응?』 무슨 말이지 저게? 『나머지 준비하는거, 늦을것 같냐구』 아아아──. 그런 말이였구나. 뭐 그거라면 아무것도 없지. 나야 준비성도 철저한데. 『아─ 지갑은 챙겼던가』 뒤적뒤적-. 잘 챙겼군. 좋아 좋아. 가방만 챙겨오면 되겠어. 『가방만 챙겨오면 되』 『응. 그럼 기다릴게 빨리 나와』 방에 들어가서 이미 다 준비되어있는 가방을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상쾌한 아침공기와 맑은 하늘이 정──말로 좋은 날씨라는걸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날은.. 『아아─ 오늘 날씨 좋은걸, 딱 잠자기 좋은 날이야』 ..왠지 련이가 황당하다는 눈길로 날 쳐다보고 있다. 잠자기 좋은 날씨 맞잖아! 『...보통 오빠 나잇대는 데이트 하기 좋은 날씨라던지, 나가 놀기 좋다고 할텐데』 훗- 그런 말은 이 나에게 안 통하지. 『아하하핫- 체육 시간에도 나가서 광합성하는 나한테 무슨』 『그러니까 그렇게 비실비실─ 하지』 ........으으윽.. 『그게 이 오래비한테 할 말이냐───』 련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조용해지는 련이─. 이렇게 조용조용하게 있으면 정말 귀여운 아이인데, 어째서 그렇게 잔소리가 많은지-. 에휴──. 설마 이모에게 배운거라던지...? ........에이, 설마. 『아, 맞다.』 『응?』 갑자기 련이가 손뼉을 짝- 하고 치고는 날 돌아보고 가벼운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뭔가 곤란한걸 말하기 직전의 상황...인가-. 『왜, 뭐 잊어먹은거 있어?』 『아니.. 그, 그런건 아닌데』 으으으음─── 수상해 수상해. 련을 살짝 째려보고 있자,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련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아하하... 사실은... 부탁할ㄱ...』 부탁..? 『야!!!!!! 인!!!!!!!!!!』 『....아...아하하하.. 나 먼저 갈께』 그러고 탁탁탁 달아나는 련이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딱 좋은 타이밍이였는데 산통을 다 깨는구만. 고개를 돌려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날 부른 녀석을 쳐다보았다. 아침에도 화제가 되었던 명진이 녀석이다. 『야- 하하하, 등교길에 만나다니 인연이다 인연.』 나로선 전혀 아니지. 후우──.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이 녀석. 너 때문에 산통 깼잖아』 그다지 강하진 않지만 충분히 내 앙심이 담기도록- 주먹으로 그 녀석의 가슴을 툭 치자, 텁- 하는 뭔가 사람에게선 들리지 않을 법한(?) 소리가 들려왔다. 『응? 아, 맞다. 조금전까지 있던 내 신부삼은 어디 가셨냐?』 『........누가 네 신부감이냐』 하아─. 내가 이러니까 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못 밝히는거 아냐. 도대체가 100이면 100 전부 저런 음흉한 마음을 품을꺼 아냐? 절대로 안되지. 암암. 『그야 니 동생이지 처형. 하하하!』 『....역시, 죽어버려』 그리고 다시 한번-이번에는 좀 전보다 훨씬 강하게- 주먹을 휘둘... 갑자기 내 뒤로 돌아간 이명진..! 『으라차차! 간다! 져먼 슈플렉스!』 부웅-!!!!!! 하고 순식간에 내 몸이 저 하늘로 치솟았다. 『으아아아아앗-!!!!』 헉.. 헉.. 헉.. 다.. 다행히 바닥에 금방 내려오긴 했지만.. 이 녀석이! 『누굴 죽이려고!!』 『짜식, 너 너무 가벼운것 같아』 ───내가 가벼운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굳이 그렇게 몸으로 확인 해야겠냐. 여하간 저 놈의 근육바보는.... 『...약효는 언제 떨어지지』 약효가 다 떨어지면 한번 붙을만할지도... 뭐, 여하간──. 한동안 그렇게 서서 잡담을 하다가 갑자기 녀석이 매점 세트1을 걸고 학교까지 뛰어가기 내기를 거는 바람에... 그 녀석보다 먼저 학교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야!!! 이 얍삽한 놈!』 설마──? 난 매우 착실한 사람이라고. ***** 『하아──, 하아────, 하아──』 정말 다행스럽게 아주 근소한 차이로 명진을 이겼다. 그렇게 스타트가 빨랐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이 정도 차이로 이기다니─. 역시 약으로 만든 근육의 힘인가. 『이익-! 이 자식! 반칙 매니아 같으니라구!』 『하아─, 승부에.. 반칙이 하아─ 어딨냐─ 이걸로── 매점세트1!』 『허허, 이거 체어샷 하고 나 몰라라 할 녀석이네. 뭐 할수없지. 경기에 DQ를 걸진않았으니. 점심시간에 내면 되냐? 오, 그러고보니 오늘은 내 신붓감 도시락도 없네?』 ....맞다. 도시락!!!!! ....련이가 힘들게 준비해 놓은걸 이렇게 까먹.... 아아아.. 어쩔 수 없구나─── 내가 그 밥을 다 처리할 수 있을때까지 련이가 조금 늦게 오길 빌어야지. 『뭐야? 왜 그래?』 열심히 땀을 닦다가 순간 굳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명진이 의아한 눈길로 날 보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것 보단.. 『으으으음.. 또 잔소리 듣겠군...』 이게 더 걱정이다. 띵── 동──. 『억, 종 울렸다. 야 뛰어!』 으아아-, 이렇게 뛰어왔는데 또 뛰어가야 되나?!! 도대체가 련이 도시락 안 들고 온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몸을 혹사해야하다니──. 나도 정말 수지 안 맞는 짓 많이 하는구나. ***** 띵── 동──. 1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조금 지나자 뒤에선 명진과 몇몇 레슬링 매니아들이 어디선가 구해온 매트로 레슬링을 시작했고, 난 책상에 엎어져서 그런 그 녀석들을 보기 시작했다. 톡톡─. 그렇게 한동안 그 모습을 시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걸 느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았다. 이름조차 재대로 기억 안 나는 같은 반 친구였다. 『학생회에서 너 찾는데?』 어라..? 학생회? 『..학생회에서 날 왜?』 난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몰라, 가보면 알겠지? 바깥에 임원이 와있으니까 그쪽이랑 대화해봐』 『흐음. 그래, 땡큐─』 그래도 일단은 나에게 그걸 전해준 그 친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하고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간편한 사복 차림의 선배-사복을 입는 다는건 선배라는 당연한 증거니까-를 볼 수 있었다. 그외에 주위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선배에게로 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네가 정 인이지?』 『예─. 그런데 무슨 일로?』 선배는 표정을 살짝 굳히더니, 손을 까닥까닥 거리며 날 가까이 불렀다. .....조금── 불안한 얘기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도 안지현이라고, 알고 있지?』 들어봤다. 통칭 짱이라고 불리고, 이 근처 일대의 왠만한 양아치는 잡고 있다는.... ─────그런데.. 그 녀석이 왜...? 『혹시 그 녀석이랑 시비 붙었거나... 뭐 거슬린다거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던지?』 그런일이 있을리가 없는데, 마음속으로 너무나도 중요한 일 하나가 걸린다. 『아뇨- 전혀 없는데요』 『으음... 그래? 그쪽은 너한테 무언가 노리고 있는 것 같던데... 뭐, 조심해. 학교내에서 눈에 띄게 무언가를 하진 않겠지만. 그놈들은 개념을 상실한 놈들이니까... 그 건으로 불렀어』 가슴이 떨린다. 내가 관련된 일. 나를 필요로 하는 일. 나로 인해... 할 수 있는 일. ───두근. ─────두근. ───────두근. 『뭐, 시간 빼앗은건 미안. 그럼 들어가봐.』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자 교실 안이였다. 두근거림은 어느새 멈추었고, 뒤에서는 명진이 녀석이 승리 포즈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시끄럽게 하지말고 내려와!』 『쳇, 위널 포즈는 쇼맨쉽의 기본인데.』 이상한 기분을 털털 털어버렸다. 더 이상 질질 끌고 있어봐야 좋을게 하나 없다. 『하여튼 너랑 붙은 애들은 너무 불쌍해 보여』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 난 피니쉬를 쓰지도 않았어. 어? 그런데 너 표정이 좀 안좋아 보인다? 뭔 일 있었냐?』 표정이.... 안 좋은가? 얼굴을 더듬어 본다. 나도 모르게 굳어있는 표정.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두근 거림은 끝난게 아니다. 다시금 불안함이 피어오른다. 오히려 더욱 더 깊은곳─ 에서 뛰고 있을뿐. 『뭐.... 별 일 아냐』 불안함을 다시 누른다. 두근, 두근. 『뭘 임마, 별 일 아닌걸로 니가 인상이나 변할 놈이냐? 뭔 일인데? 이 엉아한테 속 시원히 털어나봐』 그래. 별 일 아닌걸. 내 표정이 변할 이유가 없지.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안.. 지현인가─ 그 선배가 날 노리고 있다던데..』 하지만 나한텐 아무것도 없는걸. 전혀, 전혀 노릴 이유가 없잖아.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뭐? 그 자식 말이 선배지 진짜 물 더러운 놈이야. 예전에 뒷골목에서 여자 하날 잡고 강제로 하려는걸 내가 막은적도 있는데 뭐. 그리고 소문도 소문이지만 패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안 좋은일은 다 한다니까? 듣기론 그 자식 아버지가 성진시 검찰청에서 꽤 높은 위치에 있다나봐.』 …………………… …………………… 불안함이 두근거림이 멈 춘 다 가슴 한 구석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 처럼 차갑게 식어간다. 『하지만 이상한데? 널 노린다니.. 네가 남장여잔줄 알았나?』 『.....죽을래. 그런데 너, 혹시 련이 얘길 딴데서 한 적 있냐』 마음이 얼어버리자, 오히려 자연스럽게 말이 나온다. 『니가 함구하래서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그렇겠지. 만약 말했다고 했다간 그대로 주먹이 날아갔을지도? 『...불안한데』 『어이어이, 그건 너무 피해망상적이진 않냐? 뭐.. 아는게 없으니 당분간 조심하는게 좋긴하겠다만』 그렇다해도. 『너 같으면 그런 말 듣고 동생이 걱정 안 되겠냐』 『음.. 역시 말로는 어쩌니 저쩌니 해도.. 이녀석 하지만 친족끼리 결혼은 안되는거야. 알겠어 처형?』 웃음이 나온다. 그런게 당연히 될리가 없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터져나온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미친듯이 웃는 나를 쳐다보는 명진이의 시선따윈 무시하고 계속해서 웃었다. 『..일본에선..쿡... 되지 않던가? 쿡쿡..』 겨우겨우 웃음이 잦아들자 그렇게 한마디 내뱉었다. 『...여기가 일본이냐』 『쿡쿡쿡..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 그런데 슬슬 종칠때 되지 않았냐』 『아, 그렇군....... 으악! 매트! 들켜버리면?!』 그 녀석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2교시는 시작해버렸다. ***** 띵─── 동── 뎅─ 동───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언제나 그렇듯 명진 녀석이 제일 먼저 일어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잇휘!! 점심 시간이다!』 조금 가라 앉힐까. 『네가 나에게 먹을 걸 사줘야 될 시간이지』 한참을 뛰어다니며 좋아하던 녀석이 내 말 한마디에 갑자기 몸을 푹 숙이며 궁시렁대기 시작했다. 억울하긴 억울한가 보군. 『아, 참. 도시락은 어떻게 된거야? 내 신붓감이 가져오는거냐?』 설마 그럴리가. 나는 최대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명진을 쳐다보았다. 『잊어먹고 안 가져왔지만, 내가 련이에게 그런걸 시킬것 같냐? 아마 련이가 학교에 모습을 보인 이후 난 전학을 가야 할걸.』 ──그래. 그렇지. 게다가. 그런 녀석들도 있고. 『그럼 빨리 매점이나 가라』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으니까, 얼른 안 먹으면 더 추가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얼른. 『쩝, 그 인파를 해치는 건 나라도 영 귀찮은데... 할 수 없지.』 『그럼 얼른 갔다오라고─ 근육로보 1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그 녀석이 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고개를 획 돌려서는 나를 쳐다보았다. 『쳇, 바티스타라 불러다오.』 아아── 그렇게 듣고 싶다면 말해주지. 『근 육 로 보』 가볍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나에게 보인 명진은 곧바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중간에 넌 왜 안 와?! 란 소리를 하긴 했지만 가볍게 씹어주었다. 한산한 교실─. 대부분의 학생이 빠져나가 비어버린 교실 안에서 멍하니 앉아 녹색 칠판만을 바라보았다. 골치가 아프다. 좀 전의 일 뿐만 아니라, '그것'때문에 더 골치가 아프다. 저 칠판처럼 가슴속을 깨끗이 정리하고 다시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았다. 남는 건 뿐. 재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너무나도 애달픈 무언가. 드륵-! 쿵! 혼자 사색에 잠겨 있는 나를 무시하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딱 보기에도 불량...배로 보이는...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감이 안 좋다... 『여기, 정 인 이라고 하는 녀석이 누구냐?』 『예? 아, 저-쪽 창가.. 보고 있는... 애... 인데요』 왜 내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을까... 이제 어떻게 해야... 명진이는 매점으로 갔고, 분명 저 녀석은 날 여기서 끌고 나갈꺼다. 그럼... 명진이가 돌아와서 날 찾겠고... 그럼... 괜찮을지도.. 『야, 야─ 거기 꼬마.』 꼬마라니 너보다 100배는 더 생각이 깊다. 저절로 찌푸려지는 인상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고 고개를 돌렸다. 『예, 무슨 일이시죠?』 『잠깐 널 찾는 사람이 있어서- 같이 가줘야 겠는데?』 아아- 그래그래, 안지현이겠지. 『아- 누구신데요?』 『...아- 씁! 그건 알 필요 없고, 그냥 조용-히 말할때 따라와라. 응?』 안 따라가면 사람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꺽는 녀석. 여기서 안 따라간다고 끝날 일도 아니고, 따라가고 난 후, 최대한 빨리 명진이 녀석이 알고 달려와주길 바랄 수 밖에... 하아───. 『예, 선배』 『그래야지, 후딱 일어나 이 자식아』 드르륵거리는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녀석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네 놈의 그런 표정 ────────지독하게 보기 싫어. ***** 그 녀석을 따라가 도착한 본관 뒷쪽 으슥한 곳에선 4명의 불량배들이 모여, 담배를 물고 히히덕대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든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이다. 『야, 안지. 데려왔다』 그 말에 4명 중 제일 마음에 안들게 생긴 녀석이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야- 어서와라. 이름은 들어봤겠지? 내가 안지현이야. 반갑다』 넌 반가운지 몰라도 난 전혀 안 반가운데. 『아, 네 선배』 고개만 조금 숙인다. 그 녀석도, 나랑 똑같이 하더니 품 속에서 담배를 꺼냈다. 『한대 필래?』 그런건 너나 피시지. 『아니요─ 저 담배는 잘..』 『쩝─ 그래? 내가 오늘 널 왜 보자고 했는지는 알겠냐?』 몰라. 그런거 알아도 몰라. 『짜-식. 선배한테 여자나 하나 소개시켜달라고 불렀다. 내가 요즘 좀 외롭걸랑』 지나가는 여자나 하나 잡아, 이 자식아. 『예? 여자라뇨?』 『허허, 시치미 때네. 내가 잘 아는 날라리한테 들었어... 집에 아주 쥑이는 동생이랑 같이 산다며? 어떠냐, 형정도면 딱 아니냐 딱. 응? 이런 핸섬한 남자 찾기도 어렵지.』 너같은 녀석보단 명진이 녀석이 훨씬 낫다. 『예? 하지만, 전 이모랑 둘이서만 사는데요』 그러니까 그냥 좀 떨어져. 『어? 그래? 쩝... 내가 착각한 모양이구만. 미안하다, 야. 괜히 시간이나 뺐고』 미안한 줄 아시면 이제 좀 가게 해두지? 『근데 어쩌냐?』 어쩌긴 뭘 어째, 이게 내가 돌아가도록 가만히 놓아두....어..야..... ────그 녀석이 고개를 까닥거리자 주변에 앉아있던 양아치 자식들이 일어서더니 내 주위를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형은 없는 사실은 만들어내는 사람이걸랑? 야, 내가 기둥서방 될 처자 오라버님 되시는 분이다, 살짝 만져줘라!』 젠장.... 이명진, 아직이냐 아직. 행동이 느리다고, 빨리 좀 와. 퍽-!!!!!!!!! 봐, 벌써 이렇게 한대 맞았...... 『씨발, 선배들이 후배하나 두고 뭐하는 짓이야, 자존심도 없냐?』 좀 더 빨리 올 수 없냐? 『이명진!』 『바보자식, 다친댄 없냐?』 그렇게 말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순식간에 양아치 넷을 쓰러트린 명진이 내 앞에 섰다. 하아──. 이걸로 저 녀석들이 귀찮게 안 했으면 하는데... 『퉤! 야, 안지현! 패거리 몰고 이렇게 살고 싶냐? 거기를 잘라라 잘라.』 쿡... 그거 좋은데? 거기를 자르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 『이 새끼 쌈 좀 한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자기 패거리 4명이 순식간에 쓰러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녀석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설마 이 근처에 자기 패거리가 숨어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닐텐데... 명진은 그런 사실 따윈 아무 상관없는지 녀석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가 목을 콱 움켜쥐었다. 『한 다섯시간만 자게 해주지, 그동안 반성 좀 해봐라』 안지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지금까지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던 오른손을 꺼냈다. 그 손에 들린건.. 꼭 전기면도기처럼 생겨서... 『피해!!!!!!!』 전기 충격기다!! 『엉? 으아아아아아아악!!!!!!!』 젠장!! 바보 같은 자식! 피하라면 피할 것이지 왜 뒤돌아 보는거야! 바로 뒤로 돌아 미친듯이 뛰었다. 아니. 뛰려고 했다. 그런데───. 쓰러져 있던 양아치 녀석들이 일어나 도망칠 곳을 막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버리자 도망칠 방법따윈 없어져 버렸다. 누군가가 도와줄 수 있을거란 희망적인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젠장.. 젠장... 처리할거면 재대로 처리해 놓을 수 없는거야?! 왜 이 자식들이 일어나는거냐고!! 『흐흐.. 새끼, 지가 전기 뱀장어가 아니고선 이런거에 견딜 재간이 없지. 뭐,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없지. 니 동생이랑은 집에 거의 둘이서 산다지? 이모란 년은 거의 집에 안 들어오고─. 열쇠만 뺏어서 잡아다가 재미 좀 보면 되겠네』 .....다시 한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마음이 얼어붙어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미워져간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간다. 심장 소리가 점점 느 려 진 다. 왜 저 런 인 간 에 게 이 렇 게 당 해 야 하 지? 나 에 게 부 족 한 것 은 아 무 것 도 없 는 데.. 점 점 더 의 문 은 더 해 간 다. 점 점 더. 저 절 로 쥐 어 진 주 먹 의 힘 이 강 해 진 다. ──────두──근. 휘 둘 러 지 는 녀 석 의 주 먹. 느 리 다. 느 리 다. 너 무 나 도 느 리 다. 그 렇 게 휘 두 르 는 게 아 냐. 이 렇 게. 퍼어어어어어어억-!!!!!!! 이렇게 휘두르는거야. 저 멀리로 날아간 그 녀석의 모습을 보고 난 후 뒤로 돌았다. 히죽- 오줌마련 개마냥 질질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뭐라고 중얼중얼 대기는 하는거 같은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갈테니까 비켜주겠습니까 선배』 주춤주춤거리면서 그 녀석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 녀석들의 모습을 비웃어주고는 명진을 부축해 그 사이를 빠져나왔다. ***** 그 이후론 별 탈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치 내가 아니였던 것처럼 느껴졌던 그 모습..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졌던 세상. 너무나도 연약하게 보였던 그 녀석들. 하아... 저절로 한숨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그보다 지금은 내 눈 앞에 상황 처리가 더 곤란하다. 『아아... 속상해 진짜! 몸도 비리비리한 주제에 무슨 싸움이야 싸움은!!』 몸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주먹이 완전히 까져있었다. 통증이 전혀 없어서, 련이가 내 주먹을 보고 깜짝놀랬을때야 겨우 알아차렸다. 『...나도 모르게 그런거야』 누가 날 보면 '얼빠진 녀석'이라고 칭할 정도로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정도면 믿어줄까나. 『어머, 나도 모르게 싸움을 했어?』 .....씨도 안 먹히는군. 그럼 조금 현실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손이 이렇게 될 정도로 누구를 때리겠어』 『뭐야, 바보』 이건 생각보다 효과적이였는지 련이가 잠잠해졌다. 련이는 그렇게 조용히 앉아 이리저리 약을 바르더니, 마지막으로 붕대를 둘둘 감았다. 『읏- 조금 살살해』 아───, 실수했나. 련이 표정이 뾰루퉁해져간다. 『그러게 무슨 싸움이야 싸움이. 옆에 그 덩치 좋은 오빠한테 시키면 되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였으니까』 응, 그래. 쓰러져 있는 녀석을 억지로 세울 순 없잖아. 게다가, 어쩌다보니 이리 된거라고 했잖아요 아가씨. 에휴. 『하아... 됐다. 어때? 움직여도 안 아파?』 휙- 휙- 조금 따끔거리긴하지만 충분히 견딜만했다. 뭐, 성의를 봐서라도 아프다고 할 순 없지. 『응, 괜찮아. 땡큐-』 『앞으론 싸움같은거 하지마』 아아, 그러고 싶지만. 『노력해볼께』 『핏, 빨리가서 자. 내일도 학교 가야 되잖아』 어라? 잔소리를 듣는다고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만 벌써 잘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몇시더라?』 『9시야. 다쳤으니까 빨리 자』 뭐야, 9시밖에 안 됐잖아. 『괜찮아. 이 정도면 아직 팔팔히 돌아다닐 시간이네』 『흥, 몰라 난 잘거니까』 아아, 착한 어린이구나. 칭찬해줄께. 련이의 머리를 슬며시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새초롬─하게 날 노려보더니, 이불을 뒤집어쓰며 그대로 누워버렸다. 조금 미움받은건가. 에휴, 에휴. 내일 되면 풀리겠지 뭐. 『잘자, 좋은 꿈 꾸고-』 『...오, 오빠도 잘자...』 뭔가를 감추듯이 더듬더듬 거리는 모습. 그제서야 난 아침에 련이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는 걸 떠올렸다. 설마....... 『아, 잠깐. 아침에 하려던 말 뭐였어?』 아니겠지. 아니겠지. 벌써 손을 뻗쳤을리가 없잖아. 『...에? 그... 아,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한마디 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삭 가라앉는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아무것도 아닐리가 없잖아... 뭔지 모를 그런 불안함을 가슴에 안은체, 련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그대로 벗겨내고, 자리에 털푸덕 주저 앉았다. 『사양말고 말해봐』 새빨개진 련이의 얼굴. 무슨일인거야.. 뭐가 그리 부끄러운데. 『뭐, 뭐야 숙녀방에서 실례되게.. 빨리 가서 자』 평소때와 같은 박력이 완전히 사라진 련이의 말은 오히려 내 걱정을 더 증가시켰다. 『최근에... 무슨 일 없어?』 『아니... 별로...』 련이는 잠시도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해 하고 있다. 그렇게 '나 비밀이 있어요'라고 다 드러내고 있으면 내가 걱정을 안 할수가 없잖아 아가씨... 『....저기저기, 나 네 오래비 맞지?』 『응? 아... 그야 물론이지』 『그럼 뭔가 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숨기지 말고』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련이가 발끈하며 일어나 침대를 팡 내려쳤다. 『에이! 끈질기네! 그러니까!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애인도 없다고 무시하는 투로 이야기 하길...래.... 그.... 뭐랄까... 우우우...』 .............하아───. 별거 아니였잖아. 다행이다─. 『흐으으음─,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그... 그래...』 그럼 날 어디에 써먹을 건지 확실해지는군. 『뭐, 그래. 그럼 잘해봐』 『자, 잠깐!』 재빨리 련이에게 이불을 둘러씌워버리곤 방을 빠져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잡히면 곤란 곤란. 텁. .....잡혔다. 『아아... 이 오래비를 그런데 써먹으려고?』 『우우... 한번만...』 마치 상처입은 고양이 마냥, 조심스레 날 올려다보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너무나도 닮.....아서.. 그...때가 생각이.......... 큭. 지지직거리는 TV화면같이 머리속이 엉켜간다. 기억해선 안된다고 머릿속에서 경고를 준다. 크으윽....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련이가 불안한 기색을 비쳤다. 자기때문에... 그런건 줄 안걸까.. 아아.. 정신 차려야지. 한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련이 머리를 잔뜩 헝크려 주었다. 『언제야?』 『...아.. 으,응.. 이번 주말...』 『그래. 귀여운 동생의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대신. 아침에 식은밥 좀 줘』 련이가 잔뜩 안도하다가, 마지막말을 듣곤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윽... 뭐..뭐야 비겁해』 이런걸로라도 얻지 않으면 못 얻을 것 같은걸?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 『받는게 있으면 주는게 있어야지? 아침밥만 그렇게 해주면 되』 웃으면서 련의 머리를 톡톡 쳤다. 조금 삐친것 같지만 그래도 특별히 반발은 못 하고 있다. 자존심 많이 상했나보지? 련이가 나까지 끌어들일 정도라면. 『...알았어. 앞으로 식은걸로 주면 되잖아』 OK~ 이걸로 좋구나. 후훗. 이제야 아침이 좀 좋아지겠는걸. 『그래. 그럼 더 할 말 있어?』 『으음... 응, 고마워 오빠』 고마워할 필요 없어. 『뭘- 서로 주고 받는거니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그럼- 잘자』 『응, 오빠도 잘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조심스레 련이 방을 빠져나왔다. 일거리 하나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 마음은 조금 편하다. 그래도.. 다행이니까. 소파로 천천히 걸어가 쓰러지듯 주저 앉아, 오른손을 들어 붕대를 쳐다보았다. 그때 그건... 비이상적인 힘... 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너무나도 급박한 상황이라.. 그런걸꺼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지고. 나도 모르게 힘....이 생...긴...거......다. ………두근. ………두근. ………두근. 하지만... 않기 위한 힘이라면... 가지고 싶다. 주먹을 꽉 쥐어본다. 그때와 같은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는 것은 단지 고통뿐. 『하아──』 꽉진 주먹을 풀고 소파에 완전히 몸을 맡겼다. 『다행이라고 부를만한 일인가... 하지만, 앞으론 어쩌지...』 그래도 그 녀석은 양아치들의 머리였으니... 보복같은게 들어올 것 같기도 한데. 도대체 왜 일허게 일이 꼬여버린거야... 『젠장.. 이래서야 자지도 못하겠군』 내일 잔소리 들을 각오를 하면서도 나는 그저 조용히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이런 빌어먹을 일에 대한 타계책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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